"우리 이게 뭐니? 부부, 섹스리스 얘기

관리자 | 입력 : 2017/09/21 [08:33]

아래는 21일자 msn 뉴스에 보도 된, 유선주(드라마 칼럼리스트)의 글이고, 옆은 jtbc 네 이웃의 아내 포스터.


 

우리 이게 뭐니? 우리 왜 이러고 사는 거니. 도대체 뭣 때문에 사는 거니”, “그게… 다들 비슷비슷하게 살아.” ([제이티비시]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 ‘섹스리스’(sexless)는 일본을 통해 처음 개념이 수입된 1990년대 중반 이래, 20년을 줄곧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사회문제로 다뤄졌다. 다양한 조사기관이 수차례 발표한 통계자료를 요약하면 한국 부부의 3분의1가량이 섹스리스 상태이며, 전 세계적으로 일본에 이어 2위라는 결과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놀라기도 뭣한 통계치는 묘한 안도감마저 준다. ‘일본이 더하네, 다들 안 하고 사네, 우리만 이상한 게 아니었네, 평범하네.’

실제로 섹스에 구애받지 않는 부부가 있고, 섹스 외의 다른 가치를 찾아내 배우자와 동지 같은 사이로 지내기도 한다. 또한 섹스를 성기 결합에 한정할 필요도 없다. [한국방송](KBS)의 ‘생로병사의 비밀’ 100회 특집을 정리해 출간한 은 실제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험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정기적인 성행위가 ‘심장병 예방, 체중 감소, 우울증 예방, 분노 완화, 면역력 증진, 암 예방, 장수’까지 가져온다면서도 ‘섹스=삽입’의 등식을 깨라는 조언을 덧붙인다수많은 부부의 인터뷰 중에서도 제일 공감하게 되는 건 이 대목이다. “어느 일정 기간 성관계를 안 하면 서로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져요. 그런데 오르가슴을 느끼든 안 느끼든 잠자리를 갖고 나면 그런 부분이 사라지면서 정서적 유대감 같은 게 많이 느껴지곤 하더라고요.” 사실 장기 파트너와의 섹스는 대단한 쾌락이나 무병장수를 기대하기보다 긴장의 해소, 유대감으로 얻는 만족감이 크다. 생로병사의 비밀을 섹스 하나로 다 털어버릴 셈인가 싶던 이 책에서도 친밀감을 형성하는 포옹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를 확인하려는 시도들이 꺾일 때, ‘내 이웃의 아내’ 송하(염정아)처럼 관계에 근본적인 회의가 찾아온다.

세간에 떠도는 말.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에 번번이 정색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섹스리스 상태로 대치하는 두 사람 간의 사적인 갈등에서 가족이라는 사회적 울타리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이 말은 섹스 외의 유대감으로 부부를 묶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만이 있는 쪽이 입을 다물어야 유지되는 안정은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부부 연예인들이 섹스리스 상태뿐 아니라 애정 표현이나 스킨십을 구하는 배우자를 무안하게 하는 표현으로 대중의 공감을 사는 것 역시, 불만을 가진 개인을 고립시킨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가 가리키는 가족이란 성적인 관심과 접촉을 소거한 나머지 부분을 말하는 것일까? 앞서 섹스하지 않고도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이 있다고 했다. 여성학을 전공한 조주은이 쓴 [기획된 가족]은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는 맞벌이 화이트칼라 여성이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며 기획하는지를 말하면서 ‘경제적 동맹자’로 거듭나는 부부관계에 한 챕터를 할애한다.

친밀성은 감정이나 정서적인 부분에 한정되어 거론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 관계는 친밀성과 더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된다. ‘매달 일정한 소득을 각자 관리하면서도 (일정한 금액은) 공유하는 현실이 화이트칼라 정규직 노동자 부부에게 친밀감을 가져다’주고, 싸울 시간조차 없이 바쁜 이들에게는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활용 가능한 자원’인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이로 참여한 이들은 “서로 힘들어해서 남편과 성관계를 거의 갖지 않지만 불만이 없고 거기서 큰 의미를 찾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부간의 섹스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와중에 우선순위가 밀릴 수도 있다. 섹스리스는 일종의 잠정적 합의 상태일 수도 있다.

섹스리스의 원인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둘째로 긴 노동시간, 잦은 야근과 회식 등이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시간의 업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섹스의 물리적, 심리적인 장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문은 이어진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성 매수 수요의 대부분이 미혼 무직자에게서 발생하는가? 그럴 리가.

전·현직 [한겨레] 기자가 쓴 에는 2010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성 매수 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조사 기간 동안 가장 높은 성 구매 비율을 보이는 남성 집단은 ‘30대 대졸 학력의 사무직 남성’으로 표준화된다. 또한 미혼 남성의 비율이 50.7%로 가장 높았지만 배우자가 있는 남성의 비율도 43.7%에 달한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라는 표현의 정확한 시작점은 불분명하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게 된 계기는 2005년 방송된 [한국방송] 드라마 ‘장밋빛 인생’이다. 외도 중인 반성문(손현주)이 아내 맹순이(최진실)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상황. 맹순이는 뜸했던 부부관계가 문제인가 싶어 침대에서 남편의 몸을 더듬고, 반성문은 정색한다. “소망이 엄마. 우린 가족이지? 가족끼린 이런 거 하는 거 아니래. (중략) 무슨 여자가 이렇게 질척대고 밝혀. 가족끼리 하는 거 아니라니까.” 이혼을 하자면서 가족을 들먹이는 아이러니는 시간이 흐르며 옅어지고, 섹스를 하지 않는 ‘평범한’ 부부의 공감을 사는 우스갯소리로 바뀌었다. 하지만 ‘가족과 안 한다면, 누구와 그러는가?’라는 질문은 아직 유효할 것이다. 반성문처럼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쭉 섹스를 하지 않은 채로 살아도 괜찮다고 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혼자’ 해결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가끔 일탈을 실행하는 이도 있겠다. 답은 한 가지가 아니지만, 성 구매자의 수와 비율을 제외할 수는 없다.

‘성 매수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성 구매 남성의 심층면접을 통해 파악한 특성은 ‘대부분의 남성들이 혼자보다는 다른 남성들과 모임을 갖는 과정과 경로를 통해 성매매를 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성 구매를 합리화하는 논지의 뿌리는 ‘연대감’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하는 일상적인 경제행위’라는 인식이다. 또한 이들은 가정 밖에서 하는 ‘연애’보다 성 구매 쪽이 위험 요소를 줄인다고 판단한다. 앞서 [기획된 가족]에서 저자 조주은이 조명한 중산층 부부를 보자. ‘함께 임금 소득을 벌어들이고 일부일처제 결혼제도에 의해 금원의 외부 유출 없이 그것을 공유’하는 ‘동지적 관계이자 경제적 동맹자’로서 배우자의 의미를 강화해가는 이들을 나란히 놓아보자. 한편에선 성 구매를 경제적, 사회적 관계를 이유로 합리화하고, 다른 한편에선 섹스 이외의 부분에서 가족과 부부의 가치를 강조하고 내면화한다. 후자가 일방적으로 부부간 섹스를 거부해서 섹스리스 상태가 되고, 하는 수 없이 성 구매를 한다고 책임을 돌리고 싶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성 매수자들의 대부분은 다른 남성들과 ‘연대감’을 핑계 삼는다.

알다시피 부부관계에서 성욕을 외주화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은 남성과 여성이 동일하지 않다. 또한 거부가 힘의 행사인지, 불평등한 상황의 저항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누군가는 거절하지 않는 여성을 돈으로 사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거절하는 기술로 침대 모서리에 리본을 묶어놓으란 조언 따위를 읽는다.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주 봉화를 올리라지? 유선주(드라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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