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해고 당한 노동자 여러분! 올 한해 수고하셨습니다.

엄태근 기독노조 위원장 격려사 “포기는 김장할 때나!"

관리자 | 입력 : 2020/12/31 [23:11]
기독노조(CU) 위원장 엄태근 목사는 2020년 한 해를 마감하며, 예배당에서 겪은 억울한 사연으로 분노와 상실의 아픔을 가진 해고노동자 및 기독노조 조합원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했다. 아래는 격려사 전문이다.
 
<전문>
 
2020년은 제게 포기하지 않는 신앙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특별한 한 해였습니다.
결과는 뼈아팠습니다. 부목사의 근로자성을 다투는 재판에서, 처음으로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올해 7월 최종패소했습니다. 1심부터 3심까지 3연패였습니다. 1심과 2심을 맡은 변호사님께서 증거자료 등 상당히 유리하다는 말씀을 듣고, 승소에 대한 기대함으로 시작했기에 참담했습니다.
그럼에도 열악한 현실에서 목회하는 부교역자들을 봐았기에 포기가 안 되었습니다. 오기가 생겨 1주일 간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소송비도 부담스러웠습니다. 평균적으로 1천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예배당 유명 장로인 검사 출신 변호사는 부목사님 어려운 거 뻔히 아는데 어떻게 많이 받겠냐며 수임료로 3천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원불교를 믿는 어떤 대형로펌 노동변호사님은 승소 가능성이 없으니 포기하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종교는 달라도 매우 양심적인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대법원에서 손익찬 변호사님을 만난 건 최선의 기회였습니다. 모태신앙(?)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교역자의 억울함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분이셨죠. 수임료 역시 나중에 형편껏 주시면 된다면서 변호를 맡아주셨습니다. 1, 2심에서 놓쳤던 교단헌법부터 주석서/논문/판례 등을 면밀히 분석해 상고이유서를 작성해주셨습니다. 외부 언론과도 연결해주셨습니다. 재판의 결과를 떠나 그 과정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는 대법원의 과정을 겪으며 노동법 및 노조에 대한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패소 후 우리 사회에 부교역자의 노동권을 부각시킬 수 있었습니다. 5월 <부교역자 인권찾기> 그룹이 시작되었고, 9월에는 기독노조가 탄생했습니다. 50여 개 이상 언론사들이 <부교역자는 노동자가 아닌가?>에 대한 기사를 상세하게 보도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초대 기독노조위원장 이길원 목사님 등 뜻을 같이 하는 동역자들을 만난 것입니다. 예배당에서 해고 등 상실의 아픔을 겪는 교회 내 노동자들을 매일 만나고 통화합니다. 기독노조는 전국을 다니며 최선을 다해 그분들의 노동권(퇴직금/실업급여 등)을 찾아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기독노조를 하면 더 외면받고 고립당할 거라고만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근무했던 예배당 장로님들이나 성도님들께서도 동감해주시며 따뜻하게 격려해주십니다. 예배당에서 억울함을 당한 가족들은 함께 시위하면서 목회자로서 상실감을 크게 느낄법한 부족한 저를 진짜 목사로 생각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2021년에는 기독노조가 신앙(믿음)이 없다는 선입견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싶습니다. 본래 매주 교회 내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예배당 앞에서 시위보다는 찬양/기도회 등으로 참믿음을 전하려고 했습니다. 기독노조에 십일조를 내면, 제사장의 특권을 가진 본인에게 전액 돌려주는 의미 있는 기독문화도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기독노조도 큰 타격을 받고 있네요.
저는 참믿음(신앙)을 심어주기 위해 올해 크리스마스부터 2~3명이 모인 자리를 찾아가 예배(말씀 나눔)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일에는 전 기독노조위원장님과 해고된 교회 노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예배(코이노니아)를 시작합니다. 장소는 경기도 부천시 석천로 13 서안메밀집(상동점)이고, 시간은 11시입니다.
이 모든 것이 2심에서 패소 후 포기했으면 얻지 못할 선물입니다. 올해 제가 받은 어록이 있습니다.
“포기는 김장할 때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회 내 노동자 조합원 여러분!! 침울하고 분노하고, 코로나까지 겹친 어두운 현실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새해되시길 기원합니다!!
 
2020.12.31.
기독노조위원장 엄태근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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