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의 포괄임금제 "위법" 무효

대법, 최저임금법위반 및 연장,야간,휴일,연차 체불 근기법위반

관리자 | 입력 : 2017/09/06 [08:18]

2016. 9.16. 자 한겨레신문의 포괄임금제에 관한 보도인데, 노조원들에게 시사점이 커 알린다.


 요양보호사 진아무개씨의 일상은 다른 요양보호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1년 7월 경기도 의정부시의 ㅅ노인센터에 취업한 진씨는 주간(오전 8시30분~오후 6시30분)·야간(오후 6시30분~오전 8시30분)·휴무로 돌아가는 3교대 근무를 했다. 오전 8시30분에 출근한 진씨는 쉬는 시간 1시간을 빼고는 꼬박 중증 치매 환자들의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키고 식사할 때도 함께했다. 야간조로 오후 6시30분에 출근해도 같은 일이 반복됐고, 잠에서 깬 치매환자들이 비상벨을 누르면 언제든 출동해야 했다. 진씨는 법정에서 “밤에는 성격이 돌변하는 요양대상자들이 많고 수시로 벨을 눌러 낮보다 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야간근무 휴게시간은 4시간이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다.

 
중증 치매환자를 돌본 진씨가 손에 쥐는 월급은 고작 110만원이었다. 하루 8시간 이상 일하고, 야간에 일하고, 휴일에 일하는 것과 관계없이 110만원이었다. 근로기준법은 8시간 이상 근무 때는 연장근로수당을,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하면 야간근로수당을, 휴일에 일하면 휴일근로수당을 기본급에 50% 더해서 주도록 하고 있다. 쓰지 못한 연차휴가 대신에 받는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역시 받지 못했다. 진씨와 ㅅ노동센터 대표가 맺은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제’가 명시되었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울 때, 야간·연장·휴일근로수당 등 법정 수당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얼마나 일하든 관계없이 똑같은 월급을 주는 임금지급 방식이다. 진씨뿐 아니라 요양보호사 상당수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1년 요양보호사 실태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기관 중 42%가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도 2011년 포괄임금,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 관련 정책 개선을 고용노동부 장관 등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이런 요양보호사의 포괄임금제 관행에 제동을 거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해 최저임금보다 적게 임금을 준 혐의(최저임금법 위반 등)로 기소된 ㅅ노인센터 대표 이아무개(62)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이 요양보호사의 포괄임금제를 무효로 보아 최저임금법 위반 등을 인정한 적은 처음이다.

 
1심은 “요양보호사의 업무 특성상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출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포괄임금제를 인정해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주간에는 정해진 일과에 따라 상당한 밀도의 업무를 하고 야간에는 1시간이 넘는 휴게시간이 없어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상당했다”며 “요양보험사의 업무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볼 수 없어 포괄임금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2심은 포괄임금제가 무효이므로 기존에 받은 월급 중에 연장·야간근로수당 등을 뺀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낮아 최저임금법 위반죄가, 법정수당인 연장·야간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죄가 성립된다고 보았다. 최저임금법 제28조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논란이 되어왔다. ‘법 위의 포괄임금제’를 인정한 것은 대법원 판례였다. 대법원은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는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류하경 변호사는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를 낳은 포괄임금제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의미있는 판결”이라면서도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는 법 위의 포괄임금제는 인정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61833.html#csidx79ec4e564486dce9ee53f2a772b28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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