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변기 청소하고 퇴근,눈물만 흘렀습니다

세종호텔에서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남기<오마이뉴스 4일자 보도>

관리자 | 입력 : 2017/10/14 [17:32]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 글은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오마이뉴스가 개인의 경험을 투고하면 뉴스로 채택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세종호텔에서 전화교환으로 20년 근무하고 룸메이드로 전환 배치되어 청소하는 노동자 허지희기자의 첫 투고의 생활 글이 상단 탑에 게재 돼  부럽고, 신기하기도 하고, 오마이뉴스 답다.

아래는 오마이뉴스 4일자 보도 글이다.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7414&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 타월개기 룸메이드가 출근해서 처음 하는 일. 당일 사용할 타월 개키기

룸메이드가 처음인 내게 교육을 한 사수는 정년을 1년 앞둔 왕고참 룸메이드였다. 짧은 인사 후 그녀는 다짜고짜 타월 개는 방법부터 가르쳐주며 바로 따라하라고 하였다.

 

타월은 흔히 비치타월로 아는 '대 타월'과 가정에서 흔히 쓰는 '중 타월', '핸드타월'라고 부르는 '소 타월'과 '발 매트'가 있다. 타월을 개키며 그녀가 말했다.

 

"호텔 룸메이드는 새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야. 전날 고객이 사용한 상품을 싹 뒤집고 청소해서 새 방으로 만드는 거지. 예약실에서 객실을 예약받고, 프런트에서 방을 배정한다고 해도 그들이 청소하나? 룸메이드가 다 하는 거지."

 

룸메이드의 업무 시작은 자신이 세팅할 객실의 퇴실 여부를 확인한 후, 침대시트와 타월을 정리하는 것이다. 침구류는 바닥에 까는 '시트'와 오리털 이불을 감싸는 '커버'가 있다. 시트와 커버는 침대 사이즈에 따라 킹, 더블, 수퍼싱글, 싱글이 있다. 초보 룸메이드는 침대 사이즈에 맞는 시트와 커버를 육안으로는 절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아침마다 시트와 커버 정리가 제일 진땀 빼는 일이었다. 2주간의 교육 중 첫 주는 아예 침대에 손도 댈 수 없었다.

 

사수는 욕실 청소하는 시범을 단 한 번만 보여주고, 자신이 청소하러 들어갈 객실의 욕실청소를 맡겼다. 사용한 콘돔이 들러붙은 쓰레기통을 비우고, 침을 뱉어놓은 세면대, 대소변이 눌어붙은 변기, 욕조를 세제로 먼저 닦아야 한다. 장갑을 껴도 도저히 닦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구역질을 하며 얼굴을 돌리곤 했다.

 

욕실 거울은 마른걸레를 들고 고개를 바짝 꺾어 아래에서 천정까지 치올려다 보며 세제로 닦는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공을 들여 치약 자국, 물방울 자국 하나 없이 닦아야 한다. 거울뿐만 아니라 변기, 욕조, 욕실바닥까지 물 한 방울 남김없이 닦기 위해 세면대 아래로 기어들어 가야 한다.


▲ 청소된 욕실 룸메이드가 청소한 후 풀세팅한 호텔욕실
둘째 날까지 26개의 욕실을 청소하고 퇴근길에 만난 남편과 집 앞 순댓국집에서 안주 없이 소주만 벌컥 들이켰다. "어제 , 오늘 26개의 변기를 안고 살았어. 이걸 내가 왜 해야 해?" 밥이 나왔지만 소주잔만 들이 부었다. "결국 이렇게 되려고 우리 엄마는 대학을 보내고, 20년을..." 엉엉 소리 내어 우는 내게 남편은 말 한마디 없이 밥 먹으라며 숟가락을 쥐어주었다.